제주에 가면

섬의 편지

우린

아무도 모르게

섬으로 떠날거야

너와 단둘이

시원한 파도

푸른빛 머금은 수국과

저 드넓은 초원들

가자

지금 네 모습은

너무나 위태로워

큰일 날 듯해

비좁은 책상은

보기만 해도 갑갑하잖아

지금 당장 떠나자

한라산도

비자림도

세화해변

우릴 반겨 줄 거야

푸른 바다에 누워

하루 종일 첨벙첨벙 물놀이를 하고

노을이 지는 해변에 앉아

우리만의 추억들을 속삭이자

올레길도

금 오름도

범 섬 앞 바다

우릴 반겨줄 거야

어때

생각만으로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니

무거운 고민은

잠시만 미뤄두고

우리 지금 당장 떠나자

제주로

단둘이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