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조각들 사이

세리아드(송하림)

하늘 가득히

어둠이 나를 감싸도

햇살이 차갑게 식어도

길을 잃은

기억의 조각들 사이

선명하던 빛

꿈을 꾸듯이

어렴풋이 들려오던

그 목소리

바람이 되어

불어올 때면

잠이 든 기억을 깨워

아득하게

오래전부터

기다려 왔다는 걸

안다면

망설이지 말아

어둠이

밀려와도

하늘 가득히

어둠이 나를 감싸도

햇살이 차갑게 식어도

다시 또 길을 잃은

기억의 조각들 사이

선명하던 빛

눈을 감으면

좀 더 선명히 들리던

네 목소리

상처뿐인 몸

그 상처보다

시리던 마음을 알까

손 뻗으면

닿지 못하고

홀연히

사라지던

기억의

숨결을 따라서

어둠을

몰아내고

하늘 가득히

어둠이 나를 감싸도

내 영혼 데려갈 순 없어

언젠가 마주하리

찬란한 나의 운명을

비춰주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