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빌레라

이승빈

내가 작은 애벌레였을 때

세상 아름답다 생각했지만

거미줄에 걸린 친구 떠나보내니

허무함과 무기력함만이 남았네

 

찬란했던 달님도 빛을 잃고

꺼져가는 촛불을 바라보며

외롭고 쓸쓸한 어둠 드리운 길

반딧불이 친구들만이 비춰주네

 

내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번데기

저 중 나의 보금자리 하나 없네

흙 속에 파묻힌 내게 황금 나비 말하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리운 과거와 두려운 미래 그 사이

날개를 움츠리는 불안한 현재여

죽어야 보이는 아픔

간직한 채 살겠지만

 

황홀한 날개와 초라한 허물 그 사이

희망을 간직한 채 절벽에서 몸을 날려

그대 닮은 구름 찾아

무지개로 날아가길

 

꽃 한 송이 위에 앉은

자유로운 나비 따라

슬픔 없는 그곳으로

하늘 높이 날아갈래

 

아무것도 모른 채로

구름 위를 나뒹굴며

춤을 추고 노래하는

나빌레라

 

내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꽃송이

저 중 나의 일자리 하나 없네

가재 붕어 개구리에게 황룡 말하지

젊은 고생 사서 한다고

 

그리운 과거와 두려운 미래 그 사이

날개를 움츠리는 불안한 현재여

돌이킬 수 없는 내상

간직한 채 살겠지만

 

황홀한 날개와 초라한 허물 그 사이

미소를 간직한 채 절벽에서 몸을 날려

그대 닮은 태양 찾아

무지개로 날아가길

 

꽃 한 송이 위에 앉은

자유로운 나비 따라

절망 없는 그곳으로

하늘 높이 날아갈래

 

아무것도 모른 채로

구름 위를 나뒹굴며

춤을 추고 노래하는

나빌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