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봄

안예은

점점 뒤쳐지고 있는 것 같아

맞게 걷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점점 뒤쳐지고만 있는 것 같아

두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다

파란 하늘에 걸린 희끗한 달도

눈이 부셔 볼 수가 없다

빛을 피해 숨고 들키면 도망치는

허공에 매달린 날들

봄이 오고 있는데 나는 겨울잠을 잔다

밤의 가운데 멍하니 서서

머리나 몇 번 긁적인다

봄이 오고 있는데 나가고 싶지가 않아

꽃이 피는 것 해가 뜨는 것

눈이 녹는 것까지 두렵다

구름 사이로 숨은 푸른 아침도

다급해져 볼 수가 없다

쫓기듯 달려도 얼마 가지 못하는

술래 없는 숨바꼭질

봄이 오고 있는데 나는 겨울잠을 잔다

밤의 가운데 멍하니 서서

머리나 몇 번 긁적인다

봄이 오고 있는데 나가고 싶지가 않아

풀이 돋는 것 새가 우는 것

밤이 짧은 것 까지

나는 아직도 나의 동굴 안에서

밖으로 고개조차 돌리기가 힘겨워서

봄이 오고 있어도 나는 겨울잠을 잔다

밤의 가운데 멍하니 서서

시선은 바닥에만 있다

봄이 오고 있어서 나는 나갈 수가 없어

날이 개는 것 따뜻한 것

모두 함께인 것 웃음짓는 것

무슨 일 있니 물어오는 것

다독거림 들까지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