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안예은

어쩌다보니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게 됐어

작은 공통점도 커다란 차이점도 없었어

서로의 눈을 보면 괜히 웃음이 나고

그냥 좋았어

 

우우우 우우 우 우우우 우우 우

우우우 우우 우 우우우 우우 우

 

어쩌다보니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게 됐어

정신 차려보니 어느 새 손을 맞잡고 있었어

우린 우리가 만났던 그 날의 더위처럼 타올랐어

 

우린 아무도 꺼트릴 수 없는 커다란 불씨였어

우린 우린

 

사랑은 서툰 발걸음으로

잡힐 듯 다가와서 느리게 뒷걸음질 쳐

서로가 서툰 손짓으로

품에 담으려다가 손 틈 사이로 놓치고 말아

 

우우우 우우 우 우우우 우우 우

우우우 우우 우 우우우 우우 우

 

지워도 지워도 너는 그대로인데

치워도 치워도 너는 그대로인데

아무것도 변한 게 없어

내 맘 속에서 네가 나가지를 않아

새까만 멍 자국이 점점 커졌어

 

우린 언제나 부서질 수 있는 작은 모래성이었어

우린 한 순간 녹아 내리는 차가운 눈사람이었어

우린 바람만 불면 날아가는 힘 없는 불씨였어

우린 우린

 

사랑은 서툰 발걸음으로

잡힐 듯 다가와서 느리게 뒷걸음질 쳐

인연이 아니었다고

애써 외면해보고 소리쳐봐도 눈물만 남아

 

어쩌다보니 우린 멀어지게 됐어

어쩌다보니 우린 헤어지게 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