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원피스

안예은

네가 사준 신발 헐값에 팔아버렸어

사이즈도 안 맞았어

네가 사준 향수 홧김에 쏟아버렸어

향은 참 좋았는데

태우고 찢고 별짓을 다 했는데

아직도 치우지 못한 게 있어 딱 하나

 

하얀 원피스

입지도 않을 하얀 원피스

치맛자락에 달린 못생긴 레이스가

널 닮았어 그래서

하얀 원피스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 원피스

어쩌다 한 번씩 옷장을 열어보면

나는

 

우우우 우우우 울어

나는 우우우 우우우 울어

나는 우우우 우우우 울어

나는 우우우 우우우 울어

 

기뻐하는 널 한 번 보겠다고

못이기는 척 꾸미고 나갔던 날

너의 얼굴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던 그 말이

너는 어땠니

추억의 얼룩을 싹 다 지웠니

아니면 나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우우우 우우우 우니

혹시 하하하 하하하 웃니

난 우우우 우우우 울어

그 하얀 원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