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해오는 이야기

안예은

문틈으로 스며드는 밤의 노랫소리들을 따라 걸어가면

품에 안은 동화책의 표지를 꼭 닮은 오솔길이 인사하죠

아아 그대여 아아 그대여

 

나무 뒤에 숨어 새벽을 꿈꾸는 고요한 바람이 스쳐가고

은하수에 누워 밤 이불을 덮은 내일의 햇빛이 잠에 드네

아아 그대여 아아 그대여

 

천 년에 한 번을 피고 지고 향기조차 없는

그 꽃을 본 적이 있나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 달빛만이 드는

그 숲에 간 적이 있나요

 

우우 우우 우우 아득한 그 손이

우우 우우우우우 우우

 

사랑스런 연인들의 속삭임으로 배를 채우는 마법사와

닿지 못할 한숨과 울음소리들을 주워 모으는 그림자가

아아 그대여 아아 그대여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 간 적이 있나요

온 몸에 별을 가득 묻히고 발자국을 남기는

새를 본 적이 있나요

우우 우우 우우 흩어진 그 손이

우우 우우우우우 우우

 

우리 이렇게 먼 길 돌아서

또 우리 이렇게 닿지 못한 채

우리 이렇게 먼 길 돌아서

또 우리 이렇게 엇갈리기만 해

 

천 년에 한 번을 피고 지고 향기조차 없는

그 꽃을 본 적이 있나요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 달빛만이 드는

그 숲에 간 적이 있나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 간 적이 있나요

온 몸에 별을 가득 묻히고 발자국을 남기는

새를 본 적이 있나요

 

우우 우우 우우

우우 우우우우우 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