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해 봐

안예은

빈 찻잔을 들었다 놨다 애꿎은 손톱만 깨물고

시간은 자꾸 가는데 너는 서두를 생각을 않네

 

꾹 다문 입에 내 눈은 갈피를 못 잡고 요동쳐

먼 곳을 보는 눈에 내 심장은 갈 곳을 잃은 채 춤을 춰

네 마음 밖으로 내쫓긴 채 비밀번호를 찾아 헤매네

미로에 갇힌 나는 한 마리 어미를 잃어버린 작은 새

 

우우우 우우우우우 우우우 우우우우우

 

그대 제발 무슨 말이라도 내게 뱉어주라

알 수 없는 머릿속의 생각을 좀 풀어주라

그대 제발 한 번 만이라도 날 바라봐주라

한기 어린 시선 끝에 움츠러든 내 가슴아

 

아무리 생각하고 곱씹어봐도 네가 왜 토라졌는지 이유를 몰라 난

풀었다 되감고 다시 붙여봐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니 넌 말을 해 봐

 

아아아 아아아아아 우우우 우우우우우

 

그대 제발 숨결 하나라도 내게 뱉어주라

꽁꽁 싸맨 품 안의 그 매듭들을 좀 풀어주라

그대 제발 아름답던 추억을 좀 바라봐주라

날 선 두 눈동자 끝에 찔려버린 내 사랑은 어떡하나 내 미래는 어떡하나 남은 인생 어떡하나

 

아무리 생각하고 아무리 생각하고

아무리 생각하고 곱씹어봐도 네가 왜 토라졌는지 이유를 몰라 난

풀었다 되감고 다시 붙여봐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니 넌 말을 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