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루엣

안예은

한 발을 천천히 들고 나부끼는

두 팔은 우주를 감싸안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시선은 지평선 너머로

돌고 돌고 돌고 돌아

하늘 너머 그대에게 갈 수 있다면

돌고 돌고 돌고 돌아

이 몸이 부서져 사라질 때까지 나는

그리움에 잠겨 죽은 이는

밤하늘 슬프게 빛나는 별이 된다는

아주 오래 된 옛 이야기

언제나 굳게 믿고 있어

돌고 돌고 돌고 돌아

바다 너머 그대에게 갈 수 있다면

돌고 돌고 돌고 돌아

이 몸이 타올라 재가 될 때까지 나는

눈물로 만들어진 강이

발자국을 따라 원을 만들고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영원히 영원히 맴돈다

눈물로 만들어진 강이

발자국을 따라 원을 만들고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영원히 영원히 맴돈다

돌고 돌고 돌고 돌아

어떻게든 그대에게 갈 수 있다면

돌고 돌고 돌고 돌아

이 몸이 망가져 파멸할 때까지

돌고 돌고 돌고 돌아

그대에게 그대에게 갈 수 있다면

돌고 돌고 돌고 돌아

이 몸이 죽어가 빛을 잃더라도 나는

한 발을 천천히 들고

나부끼는 두 팔은 우주를 감싸안듯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시선은 지평선 너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