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

신경우

세탁기가 돌아가네

아주 좋은 마음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네

아주 좋은 마음으로

어떻게 빨아야 할지 모르지만

세제 부어

안타깝게 안 나오네 우리 엄마 향기만은

세탁기는 문제없이 후뚜루 후뚜루 돌아가네

아주 그냥 하루 종일 잘도 잘 돌아가네

나의 문젠가 너의 문젠가

손으로 하라는 신의 계신가

내 마음도 몰라주고 잘도 잘 돌아가네

세탁기 속 마음으로

나는 날 던져

네게 물어보아요

살다 보니

쌓인 상처들은 엄마같이

모두 헹궈버려 줘

저기 저 세탁기 속에

내 마음을 던져 깨끗이 씻을 수만 있다면

언제든지 나는 팔을 걷어붙이고

들어갈 수 있을 텐데

사람들은 왜 그럴까?

이제 혼자가 되어버린 나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아

옛날에 좋았던 우리 엄마의 향기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