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은 나

고도현

만나 우리가 좋아했던 음악과 함께

남아있는 기억도

하루 사이에 가득가득 쌓인 빈틈도

떠오르는 추억도

기억되는 건 좋은 마음 좋은 얘기로

나눠 주는 온기도

보내 주고서 남아있는 것들 사이로

아무렇지 않은 나

그럴 거라고

그럴 거라고

창밖에서 온 구름 사이사이 햇빛들

누워있는 거실도

낮잠 자고서 말려뒀던 빨래 하나둘

걷어오는 일들도

해가 지는 중 높디높은 오르막길에

밀려오는 노을도

노래 부르며 남아있는 것들 사이로

아무렇지 않은 나

그럴 거라고

그럴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