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여서

설호승 (SURL)

어쩌면 그때였을까

두 눈 가득히 니가 들어온 날

마음이 마음을 치고 달려 가려 해

애써 무거운 숨을 쉬었어

함께 한 시간

너인 걸 나에겐 너라는 걸 알아

다가가도 될까

한 걸음 내디디면 아니라고 할까봐

뒷걸음칠 것 같아 겁이 나

너여서

서로가 몰랐던 걸까

그냥 스치듯 전하려 했던 말

계절이 기억을 두고 지나가려 해

우릴 이렇게 남겨 놓고서

언제까지나

너인 걸 아직은 내가 아니라면

기다려도 될까

조금씩 커져가던 바램들을 재우고

다시 또 시작해도 괜찮아

마지막 공기처럼 머무를 게

함께할 수만 있다면

사랑이 힘든 널

꼭 사랑이라 부르지 않아도

그립다 한마디

다가가서 말하지 못해도 괜찮아

난 너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