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는

김연수

또 새벽이 찾아왔어

오늘도 난 밤을 지샐까

익숙하지 않은 텅 빈 내 옆자리엔

창을 넘어온 달빛만

위로라도 하는 듯

가로등 불빛 아래

마지막 너의 모습이 아른거려

여전히 따뜻했던 네 눈빛

웃으며 널 보냈어

네가 기억할 내 마지막 모습이니까

이제 더는 네 손을 잡을 수 없지만

이제 더는 네 품에 안길 수 없지만

이제 더는 네 온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게

너무 아프지만

사실은 힘들었어

널 너무 붙잡고 싶었지만

터질 것만 같던 눈물 꾹꾹 눌러 담았어

조금의 미련도 다 버리고 돌아설 수 있게

이제 더는 네 손을 잡을 수 없지만

이제 더는 네 품에 안길 수 없지만

이제 더는 네 온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게

너무 아프지만

먼 훗날 우릴 돌아봤을 때

좋은 만남으로 기억해 줘

가끔은 날 기억해 줘

얼마나 긴 아픔이 될지는 모르지만

나 견뎌볼게

이제 더는 네 손을 잡을 수 없지만

이제 더는 네 품에 안길 수 없지만

이제 더는 네 온기를 느낄 수 없다는 게

너무 아프지만

널 조금만 더 기억할게

예뻤던 우리 모습 좀만 더 간직할게

많이 아프겠지만 보고 싶겠지만

이제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을 빌어주기로 해

잘 지낼게 너도 잘 지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