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장애

범도

아까

아까 전에 샤워할 때

기분이 너무 좋아서

노래하고 춤추고 그랬어

지금은 어두운 방 안에 처박혀

흐르는 눈물을 도저히 멈출 수 없어

아까

아까 전에 외출 전에

설레는 마음에 아낌없이 내 몸을 사랑해줬어

집에 돌아오는 길은 비가 내렸어

마침 우산도 없이 내 몸을 길에 버렸어

어쩌나

난 울고 싶지 않아서

웃었고 웃고 있는 게 한심해서 울었어

어쩌나

난 우울하기 싫어서

웃었고 웃고 있는 게 무서워서 울었어

무서워서 울었어

혹시 나만 그럴까?

느닷없이 거울을 봐

거기에 비친 날 보며 미친 듯 웃으며

재밌는 표정을 지으며

그게 웃겨서 너무 웃겨서

노래하고 춤추고 소리 지르고 놀고 돌고 웃고

그러다가도 잠들기 전엔 뭔가

허전함을 느끼며 잠 못 이룰 때가 있어

슬프고 외로워서

너 없으면 안되겠어서

술 없으면 안되겠어서

이불 속에서 몸부림을 칠 때가 있어

나만 그렇지 않지?

너도 그렇지?

나 미친 거 아니지 그렇지?

어쩌나

난 울고 싶지 않아서

웃었고 웃고 있는 게 한심해서 울었어

어쩌나

난 우울하기 싫어서

웃었고 웃고 있는 게 무서워서 울었어

어쩌나

난 울고 싶지 않아서

웃었고 웃고 있는 게 한심해서 울었어

어쩌나

난 우울하기 싫어서

웃었고 웃고 있는 게 무서워서 울었어

무서워서 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