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름에게

최승아

너를 처음 본 건

어느 더운 여름날

새까만 머리칼에

나무 냄새가 났지

난 그 무표정이

어찌나 신경 쓰이던지

실없는 농담을 내뱉고

머쓱하게 웃었어

나의 여름아

내내 따듯했었던

나의 사랑아

내내 밝게 빛나던

달이 둥글던 밤

너는 말해버렸지

눈도 못 맞추면서

너를 좋아한다고

난 바보처럼

겉도는 말들만 했었어

그런 내 손을 잡고

가만 안아주었지

나의 여름아

내내 따듯했었던

나의 사랑아

내내 밝게 빛나던

우리의 달빛이 녹슬어 이울 땐

처음과 같이 편지를 쓰기로 했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