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김제형

좋은 사람이 되긴 참 쉬워

널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거야

아무런 애정도 남아 있지 않는 상태

에서 머물고 싶은 건 아닐 텐데

완전한 사람에겐 누구도

가당치 않은 것 온통 투성이뿐

시시한 우정과 시시한 사랑에

사로잡혀 허우적댈 뿐

널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좋아하는 감정만 갖고 싶었던 거야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기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거야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싫어

널 좋아한다고 에두르는 거야

아무런 책임도 짊어지지 않는 상태

에서 머물고 싶은 걸

좋아해

널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좋아하는 감정만 갖고 싶었던 거야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새로운 사람이

되는 기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거야

알고 있겠지 외면한 거니까

자신을 지키는 이유 하나로

혼자만의 상처 그 상처를 받기만 하면서

다른 누군갈 찾을 테니까

널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좋아하는 감정만 갖고 싶었던 거야

곁에 누가 있기만을 바라는 사람의 곁엔

그 누구의 기억이 서려 있기엔 너무 좁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