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이무진

이제야 목적지를 정했지만

가려한 날 막아서네 난 갈 길이 먼데

새빨간 얼굴로 화를 냈던

친구가 생각나네

이미 난 발걸음을 떼었지만

가려한 날 재촉하네 걷기도 힘든데

새파랗게 겁에 질려 도망간

친구가 뇌에 맴도네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동그라미들 모두가

멈췄다 굴렀다 말은 잘 들어

그건 나도 문제가 아냐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차라리

운전대를 못 잡던

어릴 때가 더 좋았었던 것 같아

그땐 함께 온 세상을 거닐 친구가 있었으니

건반처럼 생긴 도로 위

수많은 조명들이 날 빠르게

번갈아 가며 비추고 있지만

난 아직 초짜란 말이야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

꼬질꼬질한 사람이나

부자 곁엔 아무도 없는

삼색 조명과 이색 칠 위에

서 있어 괴롭히지 마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3초 그 짧은 시간

노란색 빛을 내는 저기 저 신호등이

내 머릿속을 텅 비워버려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

그저 눈앞이 샛노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