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만 있다면

김장훈

희미해져 가겠지 잊혀져 가겠지

너와의 기억 너와의 모든 추억

 

언젠가 내 입가에 작은 미소로 지울 만큼의

가느다란 추억으로만 내게 남겠지

 

저 창문을 타고 흘러내리는 빗방울들 그 너머로

희미하게 스쳐 지나가는 불빛들

 

그 불빛들처럼 그저 쉽게 스쳐 지나갈

인연 이였다면 널 사랑하지도 않았을텐데

 

너만은 영원히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랬는데

이렇게 끝나버린 지금에서야 난 깨달았어

그 모든 게 나의 크나큰 욕심 이었다는걸

 

난 이제야 깨달았어

이제와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건

 

난 알아 너의 그 차가워진 목소리를 들을 때 마다

나 이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난 알아 그저 소중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으로만

내 마음속에 자리잡혀 지겠지 그리고 먼 훗날에

널 생각하며 널 떠올리며 작은 미솔 짓겠지

 

다시는 만나지 못할 인연이라면 이젠 널 잊어야 하겠지

그리고 그것이 널 위한 또 날 위한

 

길이라면 그래야 하겠지 그렇다면 잊어 줄께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길 바래

 

너에게 길들여진 시간만큼의 긴 시간이 필요해

미안해 조금만 더 널 귀찮게 할께

조금만 더 날 이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