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말

김장훈

난 너에게 전했던 말보다

전하지 못한 말이 참 많아

그 말들이 이 계절엔

오늘 눈처럼 내린다

나는 못 가도 이렇게라도

니 곁에 또 머물고 싶어

너의 눈길마다에 너의 발길마다에

가닿고 싶어서 내리는 하얀 말

소리 없이 소리치고 있어

끝까지 널 지키지 못했어

너에겐 의미 없겠지만 사랑해

눈물처럼 녹아 없어질 나의 이야기

행복했니 더 묻지 못했지

불행했다면 내가 무너질까 봐

마지막이라도 힘들지 말라고

너를 잡지도 못했어

기적이란 게 있을지 몰라

혹시 만약 어쩌면 말야

눈이 오는 거리에 니가 없는 세상에

아픈 내 말들이 더 쌓여만 간다

소리 없이 소리치고 있어

끝까지 널 지키지 못했어

너에겐 의미 없겠지만 사랑해

눈물처럼 녹아 없어질 나의 이야기

너도 지금 보고 있을까

하얀 눈이 내려오고 있어

하얀 말이 흩날리고 있어

눈이 그쳐도 그리운 난 그대로야

다시 돌아오는 겨울처럼 넌

사는 동안 끝나지 않을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