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김장훈

돌이킬 수도, 달아날 수도, 잊을 수도 없는

짧은 기억 한 편이 참 괴롭다

 

부질없어도, 어리석어도, 버릴 수 없는 건

지금껏 나 살게 한 기억이다

 

같이 사랑하지만 같이 끝나진 않는다

누군가는 남겨진 체

아직 눈물 속에 살고 있다

 

떠나간 내 사람은 내 사람은 어디에 있나

문 앞을 서성이다 이내 골목으로 나서지만

 

가련한 내 사랑은 내 사랑은 그림자처럼

길어져가다가 조금씩 져물어간다

 

끝이라는 게 끝날 때에는 알 수가 없더라

나는 늘 지각하고 놓치더라

 

바람아 흘러가라 세상을 다 돌아라

언젠가는 내 품으로

다시 돌아오면 된 거라고

 

떠나간 내 사람은 내 사람은 어디에 있나

문 앞을 서성이다 이내 골목으로 나서지만

 

가련한 내 사랑은 내 사랑은 그림자처럼

길어져가다가 조금씩 져물어간다

 

이제는 그 얼굴도 흐릿해져만 가는데

기억은 점점 예쁘게 반짝이며 날 태운다

 

다시 한 번만 사랑이었다 말해줘라

제발 부탁한다

 

가련한 내 사랑이 내 사랑이 그림자처럼

길어져가다가 이제는 사라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