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기

정욱

오늘도 올라온 너의 사진을

보고 있어

넌 잘 지내 보여

익숙한 네 친구들 그 속에 네 얼굴

빈틈없이 행복해 보이는 모습

나 없는 너의 일상

지워진 우리 사진

처음부터 난 없었던 것처럼

환한 너의 표정에

괜히 서운해지는

나를 내가 봐도 참 못나 보여

취한 척 전활 걸어볼까

메세지를 보낼까

집 앞에서 널 기다릴까

어떤 것도 할 수 없었어

용기조차 없어 나는

몰래 널 훔쳐보기만 해

전보다 좋아 보여

그게 더 서글퍼져

나 없는 네가 행복해 보여서

내 생각 안 날 만큼

너무 잘 지내는 너

벌써 잊었니 난 아직 힘든데

취한 척 전활 걸어볼까

메세지를 보낼까

집 앞에서 널 기다릴까

어떤 것도 할 수 없었어

용기조차 없어 나는

몰래 널 훔쳐보기만 해

너는 적당하게 사랑을 해서

때맞게 잘 떠났나 봐

완벽히 다 잊었나 봐

행복해하는 네가 미워

잘 지내는 네가

솔직히 난 견디기 버거워

너무 행복하진 말아줘

그런 널 보는 난 아파

나 혼자 사랑한 것 같아서

몰래 널 훔쳐보기 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