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배다해

비가 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늘 축축한 침대 곰팡이 냄새

가득한 어두운 이곳

내 방 창가에 보이는 엄마 무덤

고개를 돌려 피해 보려고 애쓰지만

아버지 책장 너머로 막지 못한

불안과 가난

저 밖에는 나를 향한

사람들의 끝이 없는 손가락질

저주받은 여자의 딸

비극이란 내 운명

그래도 저기 너머 어딘가

내가 두드리면

누군가 대답해줄 어딘가

있을 거라 믿고 싶어

그때까지

내 슬픔과 후회를 새겨

이 작은 백지와 몽당연필이

내게 허락된 전부이지만

오늘도 아무것도 쓰지 못하네

아무리 두드려봐도

나라는 존재를 허락해줄

그 결말이 없으니

쓰다만 내 이야길 숨기네

이 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