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 인연

노블레스(Noblesse)

아주 멀리서도 알아봤지, 너를

조금은 변한 듯한 모습에 피식하고 웃고 있었어

오래전 기억 속에 너는 그대로 살아 있었지

여전히 그 표정은 그대로였어,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눈에 담아뒀나 봐

시간이 멈췄지, 눈이 마주친 순간

애써 피하려는 나를 돌려세운 너

“잘 지냈어?”

반갑게 말을 건넨 순간

숨이 막혀 움직일 수조차 없었지

근데 넌 편해 보이더라

어쩌면 날 만날 때보다 좋아 보이더라

이유가 있겠지

그걸 알아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널 닮은 예쁜 아이가 날 보고 인사했을 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

오래된 친구처럼 나를 대하던 넌

여전히 아름답고 순수해 보였어

난 그냥 뭘 하고 살아온 건지

내 시간은 무얼 위해 존재했는지

나는 아니겠지

어떤 결말도

잠시 스쳐 갔던 그저 시절 인연일 뿐

나는 안 되겠지

다시 돌아간대도

잠시 스쳐 갔던 그저 시절 인연일 뿐

어색한 인사 뒤로 너를 보내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던 거야

우리는 어떤 대화를 나눴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

어떤 미래도 보이지 않았겠지

나는 그저 내 감정에 솔직했을 뿐

그런 나이였지, 그런 나였지

하지만 그런 내게 기댈 순 없었겠지

겉멋에 잔뜩 취한 철부지 어린 시절

너 때문에 웃을 수 있었고

좋았던 기억으로 견딜 수 있었지

고맙다는 말은 비록 못 했었지만

행복하길 바래

누군가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해 본 적은 없었어

나도 조금은 노력해 보려고

누군가의 추억으로 남아 보려고

그녀는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지

여전히 아름답고 순수해 보였어

난 그냥 뭘 하고 살아온 건지

내 시간은 무얼 위해 쓰였던 건지

나는 아니겠지

어떤 결말도

잠시 스쳐 갔던 그저 시절 인연일 뿐

나는 안 되겠지

다시 돌아간대도

잠시 스쳐 갔던 그저 시절 인연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