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봄이었어

서준

햇살 조금 길어진 날

괜히 느려지던 걸음

별말 없던 우리 사이

그래도 참 많이 떨려봤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하곤 했으니까

우리 아름다웠던 건

봄이 짧아서일까

 

우린 봄이었어

피지도 못한 채

우린 봄이었어

온기만 남겨버린 채

 

익숙한 향이 나면

괜히 돌아보게 돼

아직도 네가 웃는 것 같아서

우린 봄이었으니

 

아직도 피지 못한 꽃잎 같아서

서로 계절을 모른 채

따뜻한 척만 했던 날들

 

서로를 다 알기 전에

지나가 버린

흐릿한 장면뿐인데

이상하게도 아직 선명해

 

취향이 같은 노래를 듣고

유난히 붉은 하늘을 보던

대단한 약속 말고

웃을 때 같이 웃자 말했었던

 

찌질한 게 맞는 듯해

네 앞에선 아닌 척해봤지만

 

계절은 지나가도

나는 거기 멈춘 듯해

 

우린 봄이었어

피지도 못한 채

우린 봄이었어

온기만 남겨버린 채

 

익숙한 향이 나면

괜히 돌아보게 돼

아직도 네가 웃는 것 같아서

우린 봄이었으니

 

끝났다는 말보다

바뀌었다는 게 좀 더

어울릴 것 같아

넌 어떻게 생각해

 

잠깐 스쳐갔는데도

이렇게 오래 남아

아마 한동안은

기억되겠지

 

우린 봄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