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럽혀진 방

빈 창가에 누워

붉게 칠해진 볼을 식혔고

식은 적 없던 밤

나는 고갤 돌려서

차가운 강을 찾아 잠에 들려해

가라앉아 버린 마음은

난 잡을 수 없고

잃어버린 나를 돌려줄

누군가를 찾지

초점없는 나의 두 눈을

찾아온 불빛은

손을 들어 나를 건져주네

검은 밤을 걷어주면

새벽녘 끝에 쉴 수 있어

해가 늦으면 네 손에 몸을 숨기고

니가 저물면 난 다시 강에 잠겨지겠지

붓꽃이 피던 날

손을 가득 채우고

뜨거운 날을 피해 숨었지

꽃잎이 시들걸

알고 있던 마음은

보이지 않는 향기와 닮아가지

이어졌던 계절들도

수없이 졌던 많은 날도

밤하늘에 너를 수놓았던 여름과

나의 모든 시간들을 네가 비췄으면 해

너의 작은 별이 뜨면

우리 계절도 끝나겠지

네가 떠나고 남겨둔 사랑의 빛은

색이 바래도 향기는 여전히 내게 머물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