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이름 세 글자도 모르는 게 좋았을 거 같아

안재우

그냥 우리 모르는 사이였던 게 더 좋았을 거 같아

서로의 이름 세 글자도 모르는 게 좋았을 거 같아

길에서 마주쳐도 지나치고

울어서 눈이 붓진 않을 거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 않고

그저 그렇게 살아갔을 텐데

 

누가 잊는 게 쉽다했어?

근데 난 왜 아파?

이번엔 진짜 널

보낸 줄 알았어

1년이 지났어

또 하루 지났어

이틀도 지났어

근데 넌 머릿속에

나갈 생각 없이 맴돌기만 해

출구를 못 찾나 봐 길치인 너라

사실 나가진 않았으면 해

너도 내 품이 따뜻하다 했잖아

 

그날 마지막 널 바래다주는 길에서 잡았다면

그날 내 차에서 널 못 내리게 했다면

네 집 앞이 아닌 내 집 앞으로 왔다면

마지막이랍시고 편지를 안 썼더라면

 

아니 더 나아가

애초에 우리 안 만났다면

내가 음악이 아닌 다른 공부를 했다면

그 빨간 벽돌 카페의 존재를 몰랐더라면

아니 애초에 너란 여자를 몰랐더라면

 

그냥 우리 모르는 사이였던 게 더 좋았을 거 같아

서로의 이름 세 글자도 모르는 게 좋았을 거 같아

길에서 마주쳐도 지나치고

울어서 눈이 붓진 않을 거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 않고

그저 그렇게 살아갔을 텐데

 

이제부터라도 모르는 척할게

네 신발 사이즈는 몇이었는지

또 어떤 카페를 자주 가는지

또 네가 얼마나 예뻤는지

 

근데 다 기억나

유난히 작았던 발까지

전부 기억나

네가 좋아하던 메뉴까지

전부 기억나

유난히 예쁜 외모까지

다 기억나

부둥켜안았던 원룸까지

 

그냥 우리 모르는 사이였던 게 더 좋았을 거 같아

서로의 이름 세 글자도 모르는 게 좋았을 거 같아

길에서 마주쳐도 지나치고

울어서 눈이 붓진 않을 거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 않고

그저 그렇게 살아갔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