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이민석

 

기대하지도 않아

상처만 느니까

 

떨리는 입술을 물고

두 손 움켜쥔 채 휘둘러봐도

생채기 하나 못 낸 걸

 

눈은 쌓여가고

난 멈춰 있잖아

자국조차 내지 못한 채로

 

그동안 무얼 위해 검을 겨눴나

날에 비친 눈은 그렁한데

누구를 베려고 했나

그저 난 지켜내고 싶었는데

 

그토록 뭘 그리 손에 쥐려 했나

모래처럼 흐를 텐데

참 미안해 부러져 가서

그저 행복하고 싶었단 말야

 

어쩌면 이길 수가 없을지도 몰라

승패란 게 있긴 할까

손 끝 갈라지는 계절을 살아 내고 나서야 알려나

 

얼마나 지나야

안온함이 올까

이젠 그만 놓고 싶은데 난

 

그동안 무얼 위해 검을 겨눴나

날에 비친 눈은 그렁한데

누구를 베려고 했나

그저 난 지켜내고 싶었는데

 

그토록 뭘 그리 손에 쥐려 했나

모래처럼 흐를 텐데

참 미안해 부러져 가서

그저 행복하고 싶었단 말야

 

밀려든 매일에

얼굴을 파묻고

모두 멈춰 주기를 바라면서

수없이 갈아온 하루는 곧

선명한 금을 새겨

 

턱 밑에 너울거린 울음 삼키고

외로움을 돛 삼아 나아가자

흩어진 파편이 끝에 기억하는 건

내 미소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