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박찬엽

내일이면 이 곳을 떠나네

마지막으로 산책이나 할까

고요한 밤 아무도 없는 동네 한바퀴

문득 돌아보며

 

숱한 약속을 잡던 공원도

군것질을 팔던 작은 마트에도

추억 속 낯익은 어느 소년이

어른이 되어 그 시절에 머무네

 

언제든 힘이 되어줬던

잘 보살펴주던

고마운 사람들에게

이제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그런 사람으로 돌아오겠다고

 

나 이렇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나

이른 아침부터 시작될 이사가

한참을 걸어도 익숙한 거리마다 떠오르는

그 모든 추억들 이젠 안녕

 

안녕, 내 오랜 친구들

서로의 꿈을 안고 떠나가지만

먼 훗날 어엿한 모습으로

멋지게 또 만나기로 해

 

나 이렇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나

이른 아침부터 시작될 이사가

한참을 걸어도 익숙한 거리마다 떠오르는

그 모든 추억들 이젠 안녕

 

많이 그리울 거야

지친 하루를 감싸주던

오랜 내 보금자리가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이삿짐처럼 무거워졌어

 

내일이면 그제야 실감이 날까

이른 아침부터 이사를 하면서

한참을 걸어도 익숙한 거리마다 떠오르는

그 모든 추억들 눈에 담아본다.

 

한참을 걸어서 그리움 짓누르다 지친 발끝

겨우 돌아서며 이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