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주부 토끼 상면
정은혜(진양조)
계변양류 늘어진 가지 하나를 앞니로 잘끈 꺾어내어 진토를 쓸어버리고, 암상으로 제판 삼고, 낙엽으로 면지를 깔고, 산과목실을 주워다가 방위가려서 갈라놓고, 은어 한 마리 잡어내어 어동육서로 받쳐놓고, 석하으 배례허여 지성으로 독축을 헌다.
(축문)
유세차 갑신 유월 갑진 삭 임자 초칠일 남해 수궁 별주부 자래 감소고우 상천일월성신 후토 명산 신령님전 지성으로 비나이다. 용왕이 우연득병허여 선의도사 문병후에, 토끼 간이 났사오니, 중산 토끼 한 마리를 허급허옵심을 상사 상향.
(아니리)
빌기를 다헌 후에
(중중모리)
한 곳을 바라보니 묘한 짐생이 앉었다. 두 귀는 쫑곳, 눈은 도리도리, 허리는 늘씬, 꽁댕이 묘똑, 좌편 청산이요, 우편은 녹순디, 녹수청산의 에굽은 장송 휘늘어진 양류 속 들랑달랑 오락가락 앙그조촘 기난 토끼, 산중퇴 월중퇴. 자래가 보고서 괴이 여겨, 화상을 보고 토끼를 보니 분명한 토끼라. 보고서 반기 여겨, 저기 섰는 게 퇴생원 아니오 토끼가 듣고서 좋아라고 깡짱 뛰어 나오면서, 그 누구가 날 찾나 날 찾을 이가 없건마는 그 누구가 날 찾어 기산 영수 소부 허유 피세가자고 날 찾나 수양산 백이ㆍ숙제 채미허자고 날 찾나 백화심처일승귀 춘풍석교화림중 성진 화상이 날 찾나 완월장취 강남 태백기경상천하는 길 함께 가자고 날 찾나 도화유수 무릉의 거주속객이 날 찾나 청산기주백로탄 여동빈이 날 찾나 차산중 운심헌데 부지처 오신 손님 날 찾을 리 만무로구나. 거 누구가 날 찾나 건넌산 과부 토끼가 연분을 맺자고 날 찾나 요리로 깡짱, 저리로 깡짱 깡짱거리고 내려온다.
(아니리)
이리 한참 내려오다가 별주부하고 탁 받았것다.
“아이고, 코야.”
“아이고, 이마야.”
“초면에 남의 이마를 왜 이리 받으시오?”
“우리 통성명이나 헙시다.”
“그럽시다.”
“게서는 뉘라 허오?”
“예, 나는 수국 전옥주부 공신 사대손 별주부 자래라 허오. 게서는 뉘라 허오?”
“예. 나는 세상에서 이음양순사시하던 예부상서 월퇼러니, 도약주 대취하야 장생약 그릇 짓고 적하중산허여 머무른지 오랠러니, 세상에서 부르기를 명색 퇴선생이라 부르오.”
별주부 듣고 함소왈,
“퇴선생 높은 이름 들은 지 오랠러니, 오늘날 상봉키는 하상견지 만만무고불측이로소이다.”
“아닌게 아니라, 잘났소, 잘났어. 그런디 세상에서 무슨 재미로 사시오?”
“내 재미는 무쌍이지마는, 나 지내는 흥미나 이를테니 들어볼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