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역

세진

조금 답답해

내쉰 한숨은 뭉게뭉게 나를 감싸고

비어있는 자리가 더 많은

지하철을 탔어

다들 나랑 같은 표정을 짓고

엉킨 노선은 내 머리 같아

자양역을 지날 때쯤에

숨이 좀 쉬어지더라

다들 바빠

집에 가는 길은 너무나도 예뻐

밖은 넓고

밑에 보인 한강은 너무나도 차가워

저 취한 아저씨도 오늘 하루가 길겠구나

서울 제일가는 야경도 집에 가는 사람투성이구나

하루에 끝에

곧 도착한대

길었던 어둠을 지나

익숙한 길에 발을 맡겨

무너질 때

무서울 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거

하루 종일 이리저리 치여

살아남은 도신 나를 버린 것만 같아

얘기할 곳도 하소연할 곳도

없는 난 어떻게 살아

매일같이 버텨

할 수 있는 게 없어

한숨을 내쉬어

침대에 누우면 내일이 오겠지

날 반겨주는 건 텅 빈 지하철이겠지

힘들었던 만큼 웃는 날은 오겠지

괜찮을 거야

이 문을 지나면

다 괜찮을 거야

하루에 끝에

곧 도착한대

길었던 어둠을 지나

익숙한 길에 발을 맡겨

무너질 때

무서울 때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