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도리

보라 (BORA)

유난히 찬바람이 문틈을 비집고

 

괜히 옷깃을 여미게 되는 밤이야

 

한참을 망설이다 깊숙한 서랍을 열어

 

잊은 척 밀어뒀던 겨울을 꺼내 봐

 

차마 세탁하지 못한 나의 미련일까

 

희미한 네 향기가 코끝에 닿으면

 

나는 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한참을 그 앞에 서성거려

 

두르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해 난

 

목을 감으면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까봐

 

따스했던 그 온기에 다시 갇혀버리면

 

어쩌면 나는 이 계절을 영영 미워하게

 

될까 봐

 

보풀이 조금 낀 회색빛 목도리

 

코끝이 빨개지던 그해 첫눈 오던 날

 

서툴게 매듭지어주던 너의 손길이

 

아직도 그 틈새에 숨어 있는 밤이야

 

쓰레기통 앞까지 들고 갔다가

 

마음이 쿵 내려앉아 도로 가져온 날

 

네가 없는 이 방에 물건마저 없으면

 

우리의 모든 게 다 없던 일이 될까 봐 음

 

두르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해 난

 

목을 감으면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까봐

 

따스했던 그 온기에 다시 갇혀버리면

 

어쩌면 나는 이 계절을 영영 미워하게

 

될까 봐

 

사실은 알고 있어 이 낡은 천 조각 하나가

 

뭐라고 너는 이미 지난 계절을 걷고 있는데

 

나만 아직 그 겨울에 멈춰있어

 

두르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해 난

 

목을 감으면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까봐

 

따스했던 그 온기에 다시 갇혀버리면

 

어쩌면 나는 이 계절을 영영 미워하게

 

될까 봐

 

결국 다시 서랍 깊은 곳에 개어 둬

 

닿지 않는 곳, 그러나 닿을 수 있는 곳

 

쓰지도 못하고 버리지도 못한 채

 

나의 겨울이, 조용히 닫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