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늬밤

진호 (펜타곤)

보늬밤 바람 차갑던

어느 날 함께 졸이던

가을밤 냉장고 한 켠

하나씩 몰래 먹던 네가 생각나는

 

오늘 밤 커피 한 잔과

조용한 노랠 틀고서

씁쓸한 빈자리를 채워보려

물에 가득 재워놔

 

흰 눈이 내려오는 White Chirstmas

폭닥한 양말을 신고

이불 속 꼭 붙어서 읽었던

저기 저 구석탱이 만화책

 

보늬밤 겨울이 오면

생각나 마음 졸이던

시간을 갖자던 네가 미워

혼자 먹어버린 보늬밤

 

껍질을 조심스레 벗기는

널 곁눈질로 한참을 바라봐

집중할 때마다 지어지던

그 요상한 표정이 참 좋았는데

 

시간은 쓴맛을 지워

달았던 추억들만 떠올라

이 통이 비워질 때쯤

너를 내가 지워낼 수 있을까

 

보늬밤 겨울이 오면

생각나 마음 졸이던 내가

시간을 갖자던 네가 미워

혼자 먹어버린 보늬밤

조금 씁쓸해진 오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