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년생 (Feat. 장한나)

올티(Olltii)

키는 덜 컸는데

1년 빨리 실내화를 신었을 때

맨 앞에 앉아야 했고 숙제를

깜빡하면 매도 먼저 맞았던듯해

 

영화로 비유하자면 금세

앞장면 스킵하고 뛰어든 셈

난 너랑 동갑이고 동시에

네 한 학년 위 선배들과 동급생

 

고작 한두 살 차이가 더 무서울 나이를 갓

같이 졸업한 친구들 사이 간혹

혼자 빠꾸 먹고 출입불가

민짜인 졸업생은 맥 못 추리는 밤

 

동창들과 달리 아직 덜 마른

내 잉크냄새에 코가 얼얼하네

사용처가 아직인 주민등록증은

내년 돼야 풀릴 비매 프리쿠폰쯤

 

거릴 몇 번 쭉 돌다 들어간 술집

다행히 별다른 검사는 안 하셨지

맨날 나 때문에 뭔 고생이냐는

친구 말에 입은 닫고 조용히 연 카드 지갑

 

갑갑한 을이 값을 치르며 갚으니

갑자기 날 갑 취급해 온갖 놈이

따지고 보면 멍해져

한 살 위 친구한테 받는 형 대접

 

어느덧 20대의 끝, 하나 둘 셋

고갤 젓다 앞자리를 삼 하고 세

서른이 뭐 대수냐 말하며 센 척해도

마음은 어제의 미련이 남은 곳에

 

아홉수를 두 번 겪더라도 글쎄

차라리 다시 어리고픈 빤한 속셈

어른이 되고팠던 시간의 틈새에서

철부지 때를 그리워하는 빠른 년생

 

떠밀린 시간에 발맞춰

걸음만 더 빨라져

애매한 틈에 끼인

내 조급함처럼

 

보채기만 했던

태엽을 되감는데도

서두르려다 또

서툴게 뻔한 빠른 년생

 

사회에서 만난 초면 사이

몇 년생이시냐 물어보며 인사해

나이로는 고교 동창

다만 1년 앞서 빨리 뗀 내 졸업장을

 

굳이 언급하곤 민망해서 허우적대

서로 괜스레 계속 머쓱해 존대해

내게 져주듯 먼저 권한 호형호제에

말을 반토막 낼지 말지를 혀로 재

 

어색함을 끊어내려 술 들이붓지

어느샌가 분위기는 친구 먹을 듯이

취하다 보니 일어날 시간이 돼

기분 좋게 내가 쏘려는데 지갑이 왜

 

안 보일까 할 때 이미 긁었단 네 대답과

"다음엔 형이 사주라"는 말에 잠깐

잘 먹고서도 떨떠름해

동갑인 동생한테 못한 형 노릇 때문에

 

애매한 틈에 끼인 나를 볼 때

내가 자처했대 남과 다른 선택을

떠밀린 걸음에 힘줘 발을 뻗댔을 뿐

내가 앞섰다곤 말을 못 해

 

따지면 한 살 차이도 안 나는 동생

앞에서만 괜스레 하는 덧셈

어리지 않고팠던 깐깐한 텃세

이젠 느리게 걷고픈 약삭빠른 년생

 

떠밀린 시간에 발맞춰

걸음만 더 빨라져

애매한 틈에 끼인

내 조급함처럼

 

보채기만 했던

태엽을 되감는데도

서두르려다 또

서툴게 뻔한 빠른 년생

 

고작 그 한두 살로 한참 따지다

흐릿한 선 위로 줄을 다시 타

일찍이 가신 선배들이 하신 답

"나보다 잘 나가면 형이고 누나지 다"

 

음악 하는 동생들도 벌써

결혼해 애를 낳고 먼저 돼버려 선배가

선임이었던 프로듀서 형은

작업 잘 풀릴 때마다 자처해 나의 제자를

 

목숨인 듯 숱하게 열을 냈던 술 내기

도수가 높을수록 선명해진 꿈얘기

걷는 법도 아직 못 배운 어른의 길에

먼저 발을 뗀 게 벼슬이던 풋내기

 

다시 바로 잡는 처세

기준은 너와 내 마음이 나눈 퍼센트

어차피 친구라면 않을 고생

그냥 힘 빼고 불러줘, 바른 년생

 

떠밀린 시간에 발맞춰

걸음만 더 빨라져

애매한 틈에 끼인

내 조급함처럼

 

보채기만 했던

태엽을 되감는데도

서두르려다 또

서툴게 뻔한 빠른 년생

 

빠 빠 빠 빠 빠

빠져나와야지 눈치 빠른 년생

빠 빠 빠 빠 빠

빠듯하지 않아 이젠 나인 것에

 

키도 다 컸는데

어제로만 되돌리고플 땐

나이 가지고 물던 거품 뒤에

붙어있던 메말라진 밥풀 떼

 

돌아보면 얄팍했던 허세

앞서보려 뻗댄 그 헛고생

경계선 같던 형 동생은

언제 그랬냔듯 친구가 돼있지 어느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