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거기 서있어 (Vocal. 아형)

프리멜로

하얀 숨이 번지던 밤

네가 웃던 골목을 지나

가로등 위로 떨어지는

작은 별빛 같은 눈들

 

창가에 기대어 서면

아직 너의 온기가 남은 듯해

멈춰 선 시간 너머로

조용히 네 이름이 떠올라

 

괜찮다 다짐한 그날들이

눈처럼 쌓여만 가는데

조용한 이 계절의 한가운데

지우려 발버둥을 쳐 봐도

난 마치 그때 그림자처럼

나는 아직 거기 서 있어

 

창에 맺힌 흐린 김 위

괜히 너의 이니셜을 쓰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손등으로 지워내 보지만

 

반짝이던 상점 유리

두 손 모아 웃던 네 모습

바람결에 스쳐 가는 듯

불현듯 가슴이 시려 와

 

괜찮다 다짐한 그날들이

눈처럼 쌓여만 가는데

조용한 이 계절의 한가운데

지우려 발버둥을 쳐 봐도

난 마치 그때 그림자처럼

나는 아직 거기 서 있어

 

언젠가 먼 훗날 오늘을 떠올리면

그저 젊은 날의 한 장면일까

서로 다른 길 위에 서 있다 해도

이 계절만큼은 널 기억할게

 

괜찮다 다짐한 그날들이

눈처럼 쌓여만 가는데

조용한 이 계절의 한가운데

지우려 발버둥을 쳐 봐도

난 마치 그때 그림자처럼

나는 아직 거기 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