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나야

김동률

난 너에게 모두 주고 싶던 한 사람

너 하나로 이미 충분했던

난 너에게 모두 주지 못한 한 사람

너무 쉽게 놓쳐 버렸던

우리 서로 사랑했던 그 시절엔

뭐가 그리 설레고 또 좋았었는지

세상을 다 가진 양 들떠 있던 내 모습이

너 없이 그려지지가 않는 게 그게 나야

 

난 너에게 너무 앞서 가던 한 사람

어느샌가 홀로 헤매던

우리 서로 사랑했던 그 시절엔

왜 그렇게 힘들고 또 아팠었는지

세상이 무너질 듯 펑펑 울던 네 모습이

한 번에 그려지지도 않는 게 어느새

너는 정말 괜찮은지

다 지운 채로 사는 건지

 

우리 서로 사랑했던 그 시절은

왜 내게는 추억인 척 할 수 없는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 얼굴 보고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또 그리는 그게 나야

그 시절을 아직 살아가는 한 사람 그게 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