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이라도 우리였던

노네(none)

우리는 말이 없었다

말보다 많은 것들이 있었으므로

노을은 내 쪽으로 기울고

너는 그림자를 작게 접었다

 

물잔에 비친 손끝이

햇살보다 먼저 흔들렸다

그게 이별의 시작이었다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조용히 떠났다

 

잠깐이라도 우리였던

그 시간은 이름이 없다

접힌 지 오랜

그저 맨 끝 장에 남겨진 자국처럼

 

이미 지나가 버린 우리에

이제 와 뭔 의미를 더해

기억도 추억도 남겨서 뭐해

그냥 보냈다 원래 없었던 문제처럼

 

발끝에 스친 말들은

다 오지 못하고

문장도 되지 못한 채

조용히 물처럼 흘렀지

이름도 없게 될 이 순간을

지금도 잡지 못하고 있으니

이젠 다 떠나갈 것만 같아서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묻는 순간 사라질 것 같아서

들리지 않았던 너의 대답

때론 침묵이 된 정답

 

잠깐이라도 우리였던

 

잠깐이라도 우리였던

그 시간은 이름이 없다

접힌 지 오랜

그저 맨 끝 장에 남겨진 자국처럼

 

이미 지나가 버린 우리에

이제 와 뭔 의미를 더해

기억도 추억도 남겨서 뭐해

그냥 보냈다 원래 없었던 문제처럼

 

말이 없었고

그렇게 보냈다

떨리는 공기가

어색하지 않게

 

끝인 걸 알았고

그렇게 보냈다

더 묻지 않아도

다 알 것 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