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

김현수

일부러 걸음을 내딛지 않은 건

두터운 너의 마음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넘어지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말하는 너의 얼굴엔

내가 보이지 않았고

 

난 무엇을 바라고서

사랑이란 말로 너를

적어내려 했는지

 

어디쯤 버려진 듯한

익숙한 나의 기분도

이제는 감추고 싶은

내 안에 작은 믿음도

 

무엇을 두고 왔는지

되짚어보고 싶었던

웃어넘기지도 못하는

나의 연약한 진심 같은 것

 

나를 돌아보게 했던 날엔

너도 꼭 같을 거라며

단정 지으려 했는지

 

어디쯤 버려진 듯한

익숙한 나의 기분도

이제는 감추고 싶은

내 안에 작은 믿음도

 

무엇을 두고 왔는지

되짚어보고 싶었던

웃어넘기지도 못하는

나의 연약한 진심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