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도 없이

라니에(SOTK)

그날 너는 말도 없이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지

돌아볼 줄 알았는데

끝내 눈빛조차 없었지

 

 

커피잔엔 네 입술 자국

시계는 멈춰 있는데

시간은 나만 남겨두고

아무 일도 없던 듯 가더라

 

한마디도 없이, 그냥 떠난 너

내게 남긴 건 이 침묵뿐이야

변명조차도 없는 너의 뒷모습

얼마나 날 모른 척할 건지

 

 

네가 앉았던 그 자리엔

따뜻함도 식어갔고

남은 향기에 기대어

난 며칠을 더 살아냈어

 

 

한마디도 없이, 그냥 떠난 너

내게 남긴 건 이 후회뿐이야

왜 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이젠 묻지도 못하겠지만

 

 

혹시 네가 아팠을까

혹시 내가 너무 차가웠을까

혼자만의 질문 속에

밤이 또 무너져

 

 

한마디도 없이, 그냥 떠난 너

그 침묵이 날 더 무너지게 해

언젠가 너도 말할 수 있겠지

그땐 정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 한마디조차

듣지 못한 채

여기 남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