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망상

토나리

예고도 없이 허무하게 끝난 이 영화는

마치 그 결말을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었던

혼자만의 망상 속 시나리오에

네가 있었네 내가 있었네 그러네

 

이미 다른 사람의 작품이었던 너를

멋대로 이 이야기에 그려 본 것도

다 내 잘못이지만

두 눈을 떠 바라본 혼자뿐인 이 장면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

 

아마 너와 끝없는 사랑을 믿었었던 나는

이미 싸늘하게 죽어버린 기억을 감싸 안은 채

다시 말해 다시 말해 수 천만번 우리였었다고

대답 없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네

 

잘 잤냐고 물었던 매일의 아침 인사도

잠들기 전 맞췄던 두 입술도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던 거지

절망으로 시작해버린 각본엔

네가 있었네 내가 있었네 미안해

 

이미 다른 사람의 사람이었던 너를

멋대로 이 이야기에

주인공으로 만든 것도 내 탓이지만

두 눈을 다시 떠보아도 혼자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용서가 안돼

 

아마 너와 끝없는 사랑을 믿었었던 나는

이미 싸늘하게 죽어버린 기억을 감싸 안은 채

다시 말해 다시 말해 수 천만번 우리였었다고

대답 없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데

 

영원히 나를 미워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어

마지막 한마디를 하지만

 

아마 나는 끝까지 너를 잊지 못할 건가 봐

이런 미쳐 버린 나의 마음이

아직 너에게로 향하네

넌 모르게 나만 알게 앓았었던 이 못난 질병이

너에게 닿지 않게 태워버리기로 해

영영 나을 수 없는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