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피늄

김아현

(그래 니가

나를 싫어하면

나도 너를

싫어하고 있어

울고 있던

지난날의 나를

이젠 나도)

사랑하고 있어

왜냐면

너는 나를 모르고

아무렇게나 말해

그러나

그 말 중에 가끔은

진실이 있기도 해

예를 들자면

너도 알다시피

나도 널 싫어해

그렇다면 잘됐지 아무렴

마주치지 않기로 하자

난 구겨진 편지를

펼치려 했어

이젠 펜을 들고

몇 자 적어

내게 보내

그래 니가

나를 싫어하면

나도 너를

싫어하고 있어

울고 있던

지난날의 나를

이젠 나도

사랑하고 있어

매일을

나는 나를 모르고

점점 무너뜨렸어

차가운 방 안에선

이유 모를

울음만 가득했고

난 부서진 파도를

모으려 했어

한 줌 손에 남은

바다를 그리워했어

그래 니가

나를 싫어하면

나도 너를

싫어하고 있어

울고 있던

지난날의 나를

이젠 나도

사랑하고 있어

재 같은 맘을 쥐고

빛인 척 하는 일도

꽃 같은 맘을 쏟고

미친 척 우는 일도

재 같은 맘을 쥐고

빛인 척 하는 일도

꽃 같은 맘을 쏟고

미친 척 우는 일도

지겨워

지겨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