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연불망 (戀戀不忘) (feat. 나한국)

전초아

저물녘 가지 끝에

물든 빛 하나 머물다가

아련히 보내는 노랫소리

어느새 스미었네

 

여린 그대 숨결이

빈 밤의 공기를 적시면

멈춰 선 시간의 틈 사이로

번져온 빛을 보네

 

그대는 나의 이른 여름

새벽 비 냄새 같은 그늘

이름도 없이 다녀가선

온통 내 계절을 물들였소

 

입술이 마르도록 부를수록 그리워서

차마 세 글자 채우지 못하는 이름

하늘만 맴돌다 돌아오는

이 마음에 빈 숲만 남았더이다

 

여린 그대 숨결이 빈 밤에 공기를 적시면

멈춰 선 시간의 틈 사이로 번져온 빛을 보네

 

말없이 불러도 끝없이 메아리쳐 오는

차마 끊어 낼 수 없는 그리운 목소리

숨결마다 푸른 꽃이 피어

그 향기에 취해 비틀거리오

 

닿지 않음이 곧 운명이라면

나의 침묵은 그댈 위한 기도

감히 닿을 수 없는 꿈이래도

이 질긴 연을 끊지 못하리라

 

그대는 내게만 머문 계절

아물지 않을 봄의 열병

놓아도 끊어지지 않던

잊어도 사라지지 않던

서로를 되짚어 피는 꽃이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