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을 미루는 중입니다

양하진

파도가 다가오는 걸 알면서도

모래 위에 우리 이름을 썼어요

지워질 걸 알지만

그냥 남기고 싶었어요

 

점점 멀어지는 장면 속에

조용히 서 있는 배우가 돼

끝날 줄 알면서

대사를 자꾸 잊고 있어요

 

창밖엔 계절이 바뀌는데

나의 마음은 제자리인 걸요

예정된 이별 장면이라 해도

아직 연습이 안 됐어요

 

헤어져야 하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나는 그게 안되요

이미 떠난 사랑을

나 혼자 계속 붙잡고 있죠

 

사랑이 끝나는 방법을

나는 아직 배우지 못했어요

사랑이 끝났다고 말해도

내 마음은 아직 엔딩이 아냐

 

지나간 장면처럼 반복되는

그대와 걷던 연희동 그길

아무 말이없던 그날은 침묵이

이제는 가장 큰 소음이에요

 

마지막 인사도

조용히 눈으로 나누고서

매일 그 순간을

되감기처럼 살아가요

 

달빛 아래 흩어진 약속들

어느새 별빛처럼 멀어져도

아직 내 마음은

그 밤에 머무르죠

 

헤어져야 하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나는 그게 안되요

이미 떠난 사랑을

나 혼자 계속 붙잡고 있죠

 

사랑이 끝나는 방법을

나는 아직 배우지 못했어요

사랑이 끝났다고 말해도

내 마음은 아직 엔딩이 아냐

 

이별이 정해진 결말이라면

영화처럼

자막과 음악이라도 있다면

덜 아팠을텐데

 

헤어져야 하는 걸 알아요

근데 난 보내지 못하나봐요

그대란 한 장면이

내 모든 이야기였으니까

 

헤어지는 그 순간에도

내 마음은 계속 말하고 있죠

사랑이 끝났다고 말해도

이건 아직 나 혼자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