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달린 연필

천우경

깨끗한 내 마음에 꾹꾹 눌러 새겼어

너의 이름 너의 표정 너의 마음

 

덧대고 또 덧대서 지워지지 않도록

너의 이름 너의 표정 너의 마음

 

나른한 바람에 여른한 햇살에

널 만난 건 운명이었나

 

자국이 난 내 마음에

널 지워내는 방법은

다른 이름을 쓰는 것밖에

 

지우개 달린 연필로

조금 덜 사랑하는 맘으로

다른 이름을 쓰는 것밖에

 

지나간 저 봄처럼 떨어질 꽃잎처럼

아름답고 무너지고 더 빛나고

 

나른한 바람에 여른한 햇살에

여린 날의 추억이었나

 

자국이 난 내 마음에

널 지워내는 방법은

다른 이름을 쓰는 것밖에

 

지우개 달린 연필로

조금 덜 사랑하는 맘으로

다른 이름을 쓰는 것밖에

 

아 아아아아아 아름다웠다

아 아아아아아 눈이 부셨다

눌러 새긴 네 이름을 다 잊게 되는 날

정말 웃으며 안녕을 하자

 

지워질까 너의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