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켜진 방

장희원

거짓말 하지 마

너 어제까지, 방금 전까지

아무런 말도 없었잖아

너와 무의미해지던 밤

 

돌아오던 길, 그 골목 너의 집 앞에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

불이 켜진 방, 닿을 수 없는 너의 세계를

올려다봤을 뿐

 

미안해하지 마

안 볼 것처럼, 다 끝난 것처럼

다정하게 사과하지 마

너와 무의미해지던 밤

 

돌아오던 길, 그 골목 너의 집 앞에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

불이 켜진 방, 닿을 수 없는 너의 세계를

올려다봤을 뿐

 

한 걸음씩 멀어질 때

세상 모든 빛은 꺼져버렸지

뒤돌아보면 멀리 반짝이는

너의 세계로 뛰어들고 싶어

 

돌아오던 길, 그 골목 너의 집 앞에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

불이 켜진 방, 닿을 수 없는 너의 세계를

올려다봤을 뿐

 

돌아오던 길, 그 골목 너의 집 앞에서

우린 몇 년을 멈춰 있었지

불이 켜진 방, 가장 빛났던 너의 세계에

머물다 왔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