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이름짓고

정승훈

다만 오래 바라보다가

고개 숙인 줄도 모르고

옆에 주저앉아

 

말을 걸기엔 늦은 시간이라

나란히 기울어가는 법을

네게 배웠어요

 

오래 앉았어요

작은 숨 고르면

고갤 들어줄까

 

그게 다였어요

그러니까 그 꽃은

꺾지 않았어요

 

말 대신 침묵을 골라 사랑이라 이름 짓고

잠든 척, 기울까요

나란히 기운 이 시간이 우리의 가장 깊은

대화일 수 있을까요

 

손을 잡았어요

우리가 무게를 잃고

날아가 버릴까 봐

 

그래도 두 손 사이

바람 하나쯤 가게

틈을 두었어요

 

말 대신 침묵을 골라 사랑이라 이름 짓고

잠든 척, 기울까요

나란히 기운 이 시간이 우리의 가장 깊은

대화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