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심아일랜드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곳

그 곳에서 난 벌을 받고 있어요

턱끝 차올라야 빠져 죽기라도 하지

이러나 저러나 나는 죽은 목숨

이대로 가만히 웅크리고 있자니

깨진 바닥에선 지네가 기어올라와

 

내 몸을 엉금엉금 기어오르면

나는 또다시 물을 채워요

 

물을 채우자 쉬지 말고

물을 채우자 쉬지 말고

나는 벌을 받고 있어요

나는 물을 담고 있어요

깨진 곳을 메울 생각은 하지 못한채

 

오늘도 커져만 가는 욕심에

저기 옆에있는 이름모를 항아리는

얼만큼 차있는지 힐끔

땀인지 물인지 모르게 내 몸은 젖어만 가고

내 눈에만 (눈에만) 보이는 수많은

지네를 씻겨 보내야만 해

 

물을 채우자 쉬지 말고

물을 채우자 쉬지 말고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불행하다는 친구의 말에도

나도 모르게 코웃음 쳐버렸네

 

물을 채우자 쉬지 말고

물을 채우자 쉬지 말고

나는 벌을 받고 있어요

나는 물을 담고 있어요

깨진 곳을 메울 생각은 하지 못한채

 

물을 채우자 쉬지 말고

나는 벌을 받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