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와인따개

류석원

검푸른 바다에 금빛이 내리면

그대의 잠들었던 마음이 널뛴다

어느새 누가 창을 열어두었나

 

마녀는 그대와 너무나 달라서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네

그 순간 감정을 따라 모든 걸 뒤집어놓고

그대의 탄식 아래 춤을 춘다

 

그대가 간직해 온 꿈 이뤄져

눈앞이 아득하기만 할 때

설마, 하는 믿음은 그댈 가둘지니

마녀는 빈손인 채로 다가와

그대가 감추어 놓았던 욕심을 휘두른다

오, 이해하려 하지 말길

그댄 절대 알아챌 수 없으니

마녀는 늘 그대 머리 위에서 웃네

 

마녀는 그대와 너무나 달라서

애초에 근심 따위는 할 줄도 모르네

그 몫은 타인에게로 언제나 떠밀어 놓고

그대의 무능함을 속삭인다

 

그대가 가꾸어 온 꽃 피어나

세상이 아름답게만 보일 때

혹시, 하는 의심은 그댈 구할지니

마녀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대는 상상치도 못할 거짓을 노래한다

오, 염치 운운하지 않길

그댄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니

마녀는 늘 그대 양심 위에서 웃네

 

검붉은 흔적이 잔에 얼룩지면

그대가 견뎌냈던 기분이 섞인다

남모르게 누가 술을 따라놓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