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하늘 사이

최유리

날자 뭣 모르고 뛰던 때처럼

날자 무서운 게 없었던 때처럼

뭐가 이리 두려워진지 몰라

모든 게 나를 붙잡고

이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게 잡아두는 건지

 

날자 숨어도 날아가다 숨자

날자 지겨운 마음은 남겨 두고

그저 그런 생각은 걷어 내고

또 나타날 구름마저 밀어낼 수 있을 만큼의

힘은 남겨 둬야만 해

 

이제야 숨 쉬는 듯해

이곳이 내가 그리 바랐던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이라고 해도

모든 게 다 상관없이

들려오는 이 모든 소리를

가만히 날아 눈 감고 숨을 쉴 거야

 

날자 떨리는 내 두 날갤 믿고

날자 이제는 구름 한 점 없으니

이쯤 되면 멈출 수도 있겠지

내 눈에 보이는 것들

새파란 하늘 그리고 저 밑에 보이는 사람들

 

이제야 숨 쉬는 듯해

이곳이 내가 그리 바랐던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이라고 해도

모든 게 다 상관없이

들려오는 이 모든 소리를

가만히 날아 눈 감고 숨을 쉴 거야

 

아, 아

올라갈 나의 길이 남았어

세차게 날아 숨 고르고 다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