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잠

전유진

대나무 마루에 햇살이 나리면

엄마 무릎에 귀를 묻었지

눈을 감으면 파도소리 밀려오는

나른한 그리움이여

 

바삐 걷지 말아요

작아진 어깨가 아련한 밤

서둘지 말아요 그대로 있어요

아직 난 어린 잠을 자는데

 

땅거미 질 무렵 길어진 그림자

엄마 손잡고 언덕 오를 때

눈을 감으면 낙엽소리 부서지는

익숙한 흙내음이여

 

바삐 걷지 말아요

거칠은 손끝이 아련한 밤

서둘지 말아요 그대로 있어요

아직 난 더디 걷고 있는데

 

지난한 하루의 어스름을 다독여줘요

자라지 못한 어린 난 여전해요 미안해요

 

바삐 걷지 말아요

작아진 어깨가 아련한 밤

서둘지 말아요 그대로 있어요

아직 난 어린 잠을 자는데

서둘지 말아요 그대로 있어요

아직 난 당신 품이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