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죽음 앞에서야 알게 되는 그 찰나 같아

시간이 허락한 잠깐이 전부란 착각

다들 고장 나 돌아보질 못했지 차마

시간이란 닿을 수 없는 신과 인간 사이의 그 거리 같아

먼발치서부터 들리던 그 소리 먼 기억의 언저리

두려움에 매인 오늘은 여전히 흘러 더디

인간이란 메울 수 없는 그 간극을 탐하는 노예 같아

미련하게 또 애를 써 본대도 알게 될 걸

내 손에 무거운 짐 다 이곳에 놓을래

앎이란 모른다는 고백 뒤에서야 맺힌 눈물 같아

늦은 깨달음에 터지던 그 울음 놓아 버려 두려움을

이제서야 깊은 잠을 청해

깨지 못할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몰라

떠난 그 잃어버린 얼굴들이 떠올랐던 밤

어둠 속에 답을 찾아 떠났거나 변하거나 아님 이유조차 몰랐거나

두려움을 마주했던 자만의 무모했던 시절은 흔적으로만 남겠지만

그렇다고 모르는 척 편안히 살아갈 수 있을까

두 눈을 감았지 난 또 어지러워

나 어디 서 있나 어지러운 밤

늘 부질없는 말 부질없나

커지던 달 이제 어디론가 멀리 떠나

넘어지던 나 왜 버리지 않아 버리지 않아

아니 보이지 않아

 

눈 감고 따라왔던 길고도 거친 시간이

날 어디서 데려온 건지 조용히 나는 물었지

두려움 때문에 외면하기만 했네

늘 그렇듯 배운 대로 한 답은 무색해

들어봐 그 흔해 빠진 저기 저 돌들도

존재의 이유를 소리쳐

어린애들의 생떼와 노인의 행패도

결국엔 개개인의 존재를 토해내

피고 지는 꽃은 아름다워 내일이 있기에

‘다음’이란 없는 인간들은 시기해

시간에 베인 채 영원에 매일 때

다 가졌을 텐데 불안 곁에 있네

신의 흔적이 마치 지문처럼 남겨진 나

그 흔적마저 흉터들로 가려질까

오래전에 계획된 뜻 있을 텐데

노예로 매일매일을 버텨 온 죄책감을 알아줘

어쩌면 제일 아프게 날 괴롭혀 왔던 건 바로 나라서

강한 척 내가 만든 감옥에 갇혀 살았던 나

무지했었던 날 탓하진 말아줘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디론가 결국 사라져

두려워해야 할 건 두려움 그 자체란 걸 난 이젠 알았어

그래 살아 있을 땐 죽어가지 말고 부디 살아줘

그저 이 순간을 살아줘 살아서

오늘을 버텨 온

나를 그냥 안아줘